日은 왜 '방사능 오염수'를 바다에 버리려고 할까

日은 왜 '방사능 오염수'를 바다에 버리려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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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정인지 기자] 일본 정부 관계자들이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로 발생한 방사능 오염수를 바다에 방출해야 한다는 입장을 거듭 표명하고 있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방안 중 가장 '빠르고 저렴한' 대책이라는 판단이다. 그러나 일본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만만치 않다. 특히 원전 사고로 피해를 입었던 후쿠시마 주민들에게 2차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日 정부 관계자들 잇따라 "해양 방출 선호"…싸고 빠른 대책 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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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경제산업성이 지난 23일 발표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처리방안 내용/출처=일본 경제산업성
일본 정부는 공식적으로는 오염수 처리방안에 대해 "아직 논의 중"이라는 입장이지만 정부 관계자들이 해양방출을 옹호하는 발언을 잇따라 하면서 일본 정부가 이미 해양방출로 가닥을 잡은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본은 오염수에서 62종류의 방사성 물질을 제거하고 있지만, 트리튬(삼중 수소)만은 제거가 어렵다. 따라서 오염수 처리에 추가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지난 25일 후케타 도요시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 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대기방출은 시간, 비용, 폐로작업 전체에 걸친 영향을 고려하면 해양방출보다 어려운 선택지"라며 해양방출을 선호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후케다 위원장은 지속적으로 해양방출을 주장해왔다. 하라다 요시아키 전 환경상도 지난 9월 퇴진을 하루 앞두고 "(오염수를) 바다에 방출해 희석하는 것 외에 별로 방법이 없다"고 발언해 물의를 일으켰다.

뒤를 이어 환경상이 된 고이즈미 신지로 환경상은 "어민들에게 불안감을 줬다"며 하라다 전 환경상의 발언을 사과했지만 고이즈미 환경상 역시 방사능 폐기물에 대해 안일한 인식을 보이고 있다. 그는 지난 10월 태풍 '하기비스'에 따른 폭우로 후쿠시마 원전사고 후 수거한 방사성 오염 물질이 대거 하천에 떠내려가자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작다"고 말해 비판을 받았다.

일본 정부가 해양방출을 계속 언급하는 것은 가장 싸고 빠른 방안이라고 판단해서다. 일본 경제산업성이 지난 23일에 발표한 오염수 처리법 소위원회 논의 결과에서는 △오염수를 희석해서 바다에 내보내는 해양방출 △수증기를 통한 대기방출 △두가지 안을 함께 하는 병용안으로 선택지가 좁혀졌다. 당초 지하 매립안도 고려됐으나 전례가 없고, 지하에서 문제가 생겼을 경우 이변을 눈치채고 빨리 대응하기 어렵다는 점이 지적됐다.

경산성은 해양방출에는 91개월이 걸리지만, 대기 방출에는 120개월이 걸린다고 기재했다. 비용도 해양방출은 34억엔인 데 반해 대기방출은 349억엔에 이른다. 이번 예상평가는 트리튬의 농도가 50만~420만Bq/L이고, 원수량이 40만㎡, 처리속도는 일별 400㎥일 때로 가정했다. 트리튬의 농도는 시간에 따라 서서히 감소하기 때문에 저장시기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이번 가정치는 2011년9월~2013년10월의 트리튬 농도 상한, 하한치를 적용한 것이다. 트리튬의 고시농도는 공기 중 수증기 상태일 때는 5Bq/L, 물속에서는 6만Bq/L이다.

일본 정부는 오염수 보관 탱크가 한계에 다다르고 있어 빠른 처리 방법을 내심 선호하고 있다. 후쿠시마 제1의 부지 내에는 991기의 탱크가 설치돼 있는데 보관 중인 오염수 양은 이미 118만톤(12일 시점)에 다다랐다. 지하수, 빗물 등이 사고지역에 스며들면서 오염수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도쿄전력에 따르면 2022년에는 탱크가 가득 차게 된다.

◇日 내부에서도 해양 방출 비판…지역 주민 2차 피해·국제 해양조약 위반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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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일본 원자력 규제위원회가 공개한 후쿠시마 제1원전 3호기 건물 내부 모습. /사진=일본 원자력 규제위원회
그러나 일본 내부에서도 이러한 일본 정부의 자세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아진다. 소위원회에서는 비록 트리튬의 법정 농도를 지켜 방류해도 총량에 대한 규제가 없으면 바다 오염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또 원자력발전소의 형태에 따라 총량 규제 기준치가 바뀌고 있어 현재 총량 규제 기준치 자체에 근거가 없다는 비판이 나왔다. 오염수를 이동시켜 무인도나 심해에서 방류해야 한다는 의견, 해양방출은 런던 협약 위반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등의 판단도 있었다. 런던협약은 폐기물이나 다른 물질의 투기를 규제하는 해양오염 방지조약으로 1975년에 발효됐다.

무엇보다 해양방출을 반대하는 주요한 근거는 어업인 등의 풍평피해(소문 등으로 보는 피해)다. 현재 후쿠시마현의 어획량은 원전 사고 전의 20%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아사히신문은 27일자 사설에서 "현지 어업자들의 피해가 우려된다"며 "(오염수 처리는) 과학적·기술적인 측면뿐 아니라 사회적 영향 등 다양한 각도에서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후쿠시마민우신문도 25일자 사설에서 "경산성은 (오염수) 처리 방법을 검토하는 데 공청회 의견을 더하겠다고 했지만, 제언안에서는 반대 의견이 거의 반영되지 않았다"며 "결론부터 정해놓고 소위원회 논의를 한 것은 아닌지 하는 우려가 들 수밖에 없다"고 했다.

트리튬 이외의 방사선 물질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마이니치신문은 27일자 사설에서 "(원전 운영 회사인) 도쿄전력은 오염수의 80%에서 트리튬 이외의 방사성 물질이 제거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공표하고 대처하지 않았다"며 "이러한 불성실한 대응이 누적되면서 불신이 불식되기는커녕 심화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신문은 또 일본 정부는 오염수를 지상에 보관하는 안을 고려하지 않고 있지만 "현지에서는 장기 보관을 원하는 목소리가 강하다"며 "결론을 강요할 게 아니라 협의해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정인지 기자 inje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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