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산층이란…한국“30평 아파트” 프랑스“요리하고 외국어도"?

[더,오래] 백만기의 은퇴생활백서(52)

외환위기 때 성장기를 보낸 이른바 IMF세대를 상대로 설문조사를 했더니 10명 중 6명이 돈 많아야 성공한 사람이란 인식을 갖고 있다. 그리고 78.5%가 돈은 인생에 있어 중요한 목표라고 답했다. 미국의 경우도 다르지 않다. 어느 리서치 센터에서 당신이 생각하는 인생의 가장 중요한 목표가 무엇인가 물었더니 62% 사람이 부자가 되는 것이라고 응답했다.

동서를 가리지 않고 부자가 되기를 원하는데 부자란 어떤 사람인가? 일반시민을 대상으로 조사하니 많은 사람이 자기 집을 갖고 있고 현금자산을 10억 원 정도 보유하고 있으면 부자라고 답했다. 그 정도라면 부자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러나 부자에 대한 정의는 사람마다 다르다. 어느 비평가는 부자란 자기 동서보다 재산을 많이 갖고 있는 사람으로 정의했다. 액수의 다과보다 비교 대상의 사람보다 많으면 되는 것이다.

유사한 사례가 있다. 한 사람에게 다음 두 가지의 연봉 조건을 제시한 후 어떤 선택을 할지 물었다. 첫째 자신은 10만 달러를 받고 동료는 20만 달러를 받는 안. 둘째 자신은 8만 달러를 받고 동료는 4만 달러를 받는 안. 당연히 첫째 안이 절대적으로 연봉이 높다. 그러나 그는 둘째 안을 선호했다. 사람들은 항상 이렇게 남과 비교해 자신의 행복수준을 평가한다.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한국 중산층의 기준은 부채가 없는 99㎡ 아파트에 살고 월급은 500만 원 이상 되어야 한다. 자동차는 중형차를 타고 통장 잔고를 1억 원 이상 보유하고 있으며 해외여행은 년 1회 이상 하는 것이다. [사진 Pixabay]

물질적인 관점이 아닌 정신적인 관점에서 해석한 사람도 있다. 세계적인 투자자이며 작가인 알렉산더 그린이다. 그의 정의에 의하면 부자라면 미술이나 음악 같은 예술에도 조예가 깊어야 하고 종교나 철학에도 관심이 있어야 하며 제일 중요한 건 무엇보다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돈만 있다고 부자는 아닌 것이다.

중산층의 기준도 정해진 건 없다. 2015년 한 증권회사에서 직장인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한국 중산층의 기준은 다음과 같다. 부채가 없는 99㎡ 아파트에 살고 월급은 500만 원 이상 되어야 한다. 자동차는 중형차를 타고 통장 잔고를 1억 원 이상 보유하고 있으며 해외여행은 년 1회 이상 다닌다.

유럽 선진국의 기준은 어떠할까. 프랑스 퐁피두 전 대통령이 그의 저서 삶의 질에서 정의한 프랑스 중산층의 기준이다. 외국어를 하나 이상 말할 수 있어야 하고 직접 즐기는 스포츠가 있다. 악기 하나는 다루고 남들과 다른 맛을 내는 요리를 만들 수 있으며 약자를 돕고 봉사활동을 꾸준히 해야 한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에서 제시했다는 영국 중산층의 기준이다. 경기에서 페어플레이를 하고 자신의 주장과 신념을 가져야 한다. 독선적으로 행동하지 말 것이며 약자를 두둔하고 강자에 대응할 것, 그리고 불의에 의연히 대처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거의 물질적인 것에 치우쳤는데 외국의 경우는 우리와 달랐다. 그들의 기준은 알렉산더 그린이 주장했던 것과 흡사하다. 서양에 노블레스 오블리주란 말이 있다. 사회적 신분에 상응하는 도덕적 의무를 뜻하는 말이다. 이는 초기 로마시대에 왕과 귀족이 보여 준 투철한 의식과 솔선수범하는 공공정신에서 비롯되었다. 이런 정신은 현대에도 계승되고 있다.

세계 정상의 부자인 워런 버핏은 자신의 부를 자녀에게 상속하지 않고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공언했으며 이를 실행에 옮기고 있다. 부자이지만 생활습관은 무척 검소하다. 그가 살고 있는 집은 오래 전 젊었을 때 고향에서 매입한 구옥이다. 시세가 65만 달러라고 하니 우리나라 돈으로 환산하면 7억 원정도다. 점심식사는 인근의 카페테리어에서 햄버거를 주로 이용한다. 자동차도 한 대 밖에 없다. 기자가 왜 자동차가 한 대 밖에 없냐고 물었더니 그는 동시에 자동차 두 대를 운전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대부분의 백만장자들은 진정한 즐거움은 고급 자동차로부터 오는 게 아니라 가족, 친구, 동료와 함께 하는 시간 속에서 온다는 것이다. [사진 Pixabay]

은퇴 전 금융회사에 근무할 때 만났던 부자도 이와 흡사했다. 자산이 수 천억 원에 달하는 고객인데 외견상 부자로 보이지 않는다. 타고 다니던 자동차도 우리나라에서 제작한 국산차였다. 가끔 점심을 함께 먹었는데 주로 갔던 곳은 직장 가까이에 있는 설렁탕집이다. 사무실을 방문해보면 집기비품도 소박했다. 그런데 그와 얘기를 나누어보면 다방면에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음을 알고 놀라게 된다.

대부분의 백만장자들은 알고 있다. 진정한 즐거움은 고급 자동차로부터 오는 게 아니라 가족, 친구, 동료와 함께 하는 시간 속에서 온다는 것을 말이다. 부자인 척하는, 부자가 아닌 사람들이 부질없는 성공의 이미지를 사들이기 위해 애써 번 돈을 날려버리고 있을 때, 체계적인 부자는 검약한 생활을 하면서 자유와 만족, 그리고 마음의 평화를 즐기고 있었다.

부자가 되고 싶은가? 그럼 부자들에게 배우라. 그들은 값비싼 명품을 소비하지 않는다. 그들을 흥분시키는 것은 개인적인 성취와 열심히 일한 대가에 대한 보상, 그리고 인정받음이다. 진정한 부자는 성공이 돈 자랑을 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들이 추구하는 성공은 성취이며 그에 따른 독립적인 삶이다.

아름다운 인생학교 교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노후경유차 과태료 35만원 피하려면? 먼지알지!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

가장 많이 본 글